김영재 (Youngjae Kim)

'부모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2/14 부부 관계는 언리미티드 트라이얼앤에러
  2. 2009/11/05 진주목걸이 (2)
  3. 2009/07/02 나이 차이 (2)
어제는 밤늦게 송도에 가서 일을 마치고 새벽이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집에 가니 어머니는 그러셨다.

"내가 오늘 재미난 걸 해봤어."
"뭔대?"
"오늘은 말이지. 그동안 아빠랑 식탁에 마주보면서 이야기했는데,
한번 옆으로 앉아봤어."

응?...식탁에서 포지션 하나 바꾼거라...

생각해보면 식탁에서 어머니는 늘 그 자리, 아버지는 늘 그자리였다.
모든 집이 암묵적으로 그렇지 않은가?

무엇때문이었을까?

"그랬더니 오늘은 무척 좋은거 있지.
마주볼 때는 대화하다가 마치 대결구도 같아져서 토론이 되다가 싸우곤 했는데,
오늘은 옆에 앉게 되니까 서로 손잡으면서 이야기하고
아빠도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서 막걸리 마시고 지금 잘잔다 얘"

많은 생각이 들었더랬다.

부모님은 올해가 결혼 30년차.

그런데 30년이 되어서야 식탁자리를 마주하는 것에서 옆에서 보는 걸로 바꾸는 간단한 변화를 해본다는 것은,
상식적으론 매우 느린 것이지만 세상 일이 다 이런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니, 어쩌면 아직도(?) 그런 시도를 해볼만한 Flexibility가 있다는게 놀라운 일이 아닐까도 싶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삶의 소소한 아이디어를 한번쯤 적용해보는 것이
얼마나 삶을 즐겁게 바꾸는 것인지도 생각했다.

...

사람은 절대 안바뀐다고,
그 사람은 과거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내 예상에 어김없이 그럴 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관계나 모든 것에서 단정을 쉽게 내리곤 한다.
"나의 부모님은 절대 안바껴, 그 친구는 또 그럴거야, 내 부하직원은 늘 그래..."
신도 아닌데 어찌그리 미래를 꿰뚫는지 신기할 정도다.

땅 위에 무뚝뚝하게 놓인 돌도 부는 바람에 구를 수가 있는데,
인생은 그보다는 더 변화무쌍하고 다채롭다고 생각한다.
정작 안바뀌는 것은 그 사람 혼자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니 지치지 말고 긍정적인 결과를 모색해보라고.
그리고, 그 언제가 되었든 그 누군가의 가능성을 믿어보라고 하는 것이
오늘에 살고 미래를 보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진주목걸이

생각의 기록 l 2009/11/05 17:34

"아빠가 나 진주목걸이 사줬다~! 백화점 대려가서 사줬다~!"
어머니와의 월요일 통화는, 아이같이 들뜬 음성으로 시작되었다.

진주목걸이 (출처:wisia.com)



문득 하루 전인 일요일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 교회가는데
식사하시는 부모님의 대화가 엿들렸다. (엿들은게 아니여...)

"나 자기 선물사줄라고."
"왜?"
"그냥."
"...몬대~?"
"곧 알게 되."

...

중년기를 지난 부부가 '조용'할 때는 크게 둘 중 하나란다.
은은하거나 무미건조하거나.

대략적으로, 95%는 무미건조하고 5%는 은은한 것이란다.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은은한 관계는 언제든지 뜨거워질 수 있지만,
무미건조한 관계는 걍 계속 그럴 뿐이라고.

진주목걸이라는 것은, '애정을 채우는 물약'같은 목적성있는 역할같은건 아닐지도...
다만 그렇게 '그냥' 선물주는 결혼 30년차의 64세 아버지는, 곰곰히 생각하면 본받아야 할 점이다.

가타부타 이리저리 그 일에 대해 분석할 것 없이,
결론적으로 두 분 다 그 일로 즐겁고 행복하면 좋은 거니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궁금함이라면,
전날 밤엔 어머니 품위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어머니 주무시러 간 후에 
나와 매화수 한잔 기울이며 푸념반 잔소리반 하시더니
바로 그 다음 날 아침에는 문득 왜 그러셨을까.

그것만은 아직도 미스테리다.
나도 마누라랑 같이 살다보면 이해할 때가 오겠지.

그래서 내린 결론이라면 마누라는 예뻐야 한다.

...

누구나 -특히 남자는- 연애할 땐 '그냥' 선물을 주는 것도 꽤 될 것이다.
굳이 이벤트니 기념이니 할 것 없이, 그냥.
그걸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할 듯 하다.

그렇게...

'그냥...'

절대로 수학적으로 증명이 안되고,
관찰자 입장에서 아무리 봐도 예측할 수도 없고,
인과관계를 생각할 수록 더 알 수 없는.

그런 미스테리.

...

추가로...
나는 아버지가 '정치'를 못하신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도 어머니에 대해서 만큼은) 어째 투박하고 서툴지만 뭔가를 할 줄 아시는 것 같다.
진정한 허허실실같은 고단수인가...성룡의 취권같은?

흐음...그랬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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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경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님 멋지시다~
    아들은, 아버지를 많이 닮는다는데, 영재씨도 멋진 남편이 될 것 같은데~?^-^

    2009/11/19 12:26

나이 차이

생각의 기록 l 2009/07/02 18:38

아침에, 어머니와 대화 중에.

"너희 아빠랑 7살 차이 나잖니.
결혼할 때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아빠 동창회 가면 부러워들 해.
난 뭐 어쨌거나 스스로가 나이드는건 드는거니까 싫다만...


그런데...

...

너희 아빠랑 같이 할 날이 그만큼 적다는 거잖아.

그래서 가끔은 슬픈거 있지...

너무 나이차이 나도 좋은건 아냐...

벌써... 얼마 안남았잖아..."

그리고는, 글썽이셨다.

밝은 아침인데...

...

그랬더랬다.

나의 부모님은, 연애하듯 사셨다.
남들이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나는 그런 것을 보면서, 이보단 더 재밋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더랬다.

사랑이 건강해 보였다.
재미난 표현이지 않은가? 사랑이라는 눈에 안보이는 그 무언가가, 건강하게 보인다(見)는 것이다.

...

60세의 언저리에 계시는 두 분이, 지치지 않고 사랑하려면,
보통 좋아 미치지 않고서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는 사실 아버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다만,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첫 눈에 반해서 미치신 듯 했다.


그것이 30년을 갔다...

원래 그렇단다.
여자는 긴가민가 할 뿐이고, 남자는 첫 눈에 반하는 본능이라는 게 있다고.

우리 젊은 사람들은, 몇 개월 연애하거나 몇 년 연애하고는 식상하다고도 하잖아...
그래서 유심히 관찰한 적도 있었다.

무엇이, 지치지 않고 반하게 하는가. 말이다.

나에겐 행운인 것이, 이런 관찰의 기회를 내 삶에서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나는 무엇을 알아냈을까?
아직 딱히 알아낸 것은 없다...

세상에, 인연이란 것이 있을까. 그리고, 운명이 있을까.

내가 그런 것을 믿어야 할까...?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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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lyph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아.. 괜시리 제가 다 먹먹해지네요..

    2009/07/22 15:35
    • BlogIcon 김영재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집, 좋은 옷, 골프치러 다니는 여자가 아닌 '사랑받는 여자'가 행복한 여자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야...

      2009/07/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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