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회식자리를 가졌더랬다.
우리는 학부인턴쉽 프로그램을 방학마다 마련하는데,
이번엔 5명이나 받았다. (원래 6명이나 받았는데 1명이 중도탈락...)
오늘은 수료식을 하는 날이고,
어제 회식을 했다.
소소한 식사자리야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전원이 함께하는 회식은
그간 바쁜 일정들로 시간이 안나서 미루고미루다 처음 맞이하게 되었다.
수료식 전날에. 아하하;;
...
20명 정도가 삼겹살을 먹는데,
그 중 K라는 인턴이 있었다.
이 친구는 늦깎이 대학생이다.
나와는 3살 밖에 차이 안나는데, 아직 대학생이니까.
대학교를 거의 8년 다니는 셈인 듯 하다.
무척 착하고, 말투는 때가 안묻어있는 순수함을 보이는 녀석이다.
보통 critic을 주면 변명이나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이 친구는 그저 서걱서걱 잘 듣고 자세도 성실하고 결과도 좋았다.
문제는, 술자리인데...
술이 무척 약하다는 이 친구는 술이 몇 잔 들어가면 무척 사납게 변한다는 것이다.
웃으면서 홀짝홀짝 마시다가 '어느 정도'가 지나면...
주인 앞에서 책상을 탕탕 치거나, 소리지르거나,
너 나가라고 우리가 말하면 때쓰면서 꼬장도 부리며
몸싸움할 기세마저 보이더라.
인턴은, 우리가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준다해도
내내 머리조아리며 지내는 사람들이건만...그렇게 되더라?
...
하루는 사람들끼리 작은 술자리를 가졌다는데,
다음날 아침 그 친구 이마에 큰 혹이 생긴 날이 있었다.
아스팔트 바닥에 제대로 넘어진듯 한 상처였다.
왜 그러냐고 다들 묻는데 '모르겠다'고 순진하게 웃으며 말하더라.
꽤 큰 상처길래 뭘까 싶었는데...
이 날 보니까 조금은 이해가 갔다.
'저러니 상처도 나고, 기억도 못하는 거겠구만...'
...
이젠 뭐랄까...
나는 이젠 이런 친구를 보면
이 친구가 걱정되는게 아니라
언젠간 같이 살게될 배우자가 걱정된다.
이 K라는 친구에게는 CC로 여자친구가 있던데,
평소에 전화통화하는 것을 흘려들으면 어찌나 상냥하고 착하게 말하나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니, 그것도 21세기에,
참 특이하지...
이 친구가 실실 웃으면서 자꾸 폭탄주를 만들어서 나에게 건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섬뜻한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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