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한 젊은이들의 봉사단체에 총무를 하게 되어서, 2달에 한번 봉사를 한다는 룰에 따라 대상기관을 물색하던 중
오늘 천호동의 지역아동센터라는 곳에 가봤다. 쉽게 말해서 실사를 나간 것이다.
천호동은 현대백화점과 이마트말고는 가본적이 없는데, 조금만 걷다보니 꽤 옛날동네같은 모습이 나오더라.
공구상들이 모여있는 골목은 흡사 내가 첫 직장(알바?)으로 일하던 용산을 보는 듯 했다.
대충 이런 모습. 사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시설'에 속한다
이곳은 저소득가정과 차상위계층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결손가정, 편부편모, 다문화, 장애아동으로 이루어졌다.
무엇보다도, 내가 참 편하게 살았구나...라는 사실에 이렇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적은 드물었다.
그동안은 '난 부모 덕에 그럭저럭 살아서 감사하구나' 정도로 많이 피상적이었는데 말이다.
이 사진의 공간은 난방이 안되서 차디차다. 아주 작은 방 하나가 보일러로 겨우 온기가 전해질 수 있고,
아이들은 학습욕이 있는지라 공부할 애들은 그곳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서(의자없이) 하고 있었다.
바닥은 차갑기만 했다
사실 저 사진의 장난감통(바구니)을 보고 속으로 가장 크게 생각난 점은 "레고"가 없다는 사실이다.
영세한 지역아동센터가서 레고라니 무슨 미친소리냐 싶겠지만...
사람이란 편협한 존재라, 살아온 경험이 1차적인 판단기준이다보니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
나는 어릴 적, 많은 조각의 레고와 함께(?) 살았다.
내 어린시절이 다 기억은 안나지만, 찰흙, 과학상자, 조립식, 그리고 레고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자유롭게 만들었고, 이빨로 단단히 붙은 것을 쪼개보기도 했고,
내 상상 속의 어떤 것을 만들고 부모님에게 자랑했다.
위에 적힌 모든 단어 하나하나가 이 아이들에겐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나를 울적하게 했다.
왜냐하면, 이들 중에서 대단히 유니크하고 똑똑한 아이들이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
내가 어느 쪽으로 봉사하는지는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나는 대한민국 공학도의 자부심이 있는지라
이들에게 만드는 힘을 주고 싶다.
내가 그렇게 겪고 자란 것은, 어쩌면 또 이렇게 베풀고 살라는 신의 뜻이 아닐까...싶었다.
...
그 후에 바로 나는 친구의 선물을 사러 천호동 현대백화점에 들어갔다.
결혼한 친구 집들이 선물로 와인잔을 샀다.
영롱한 크리스탈의 수입 와인잔. 개당 2만원.
그리고 그 주위에 수많은 오색찬란한 식기들...
옆에 젊은 새댁이 어떤 크리스탈 잔을 들고 "이거 51만원이에요?" 라고 묻는 말.
그리고 1만5천원짜리 유리잔 3개 달라는는 또 어떤 아주머니.
그 괴리감에, 단 1시간도 안되서 느껴지는 이 격차에 나는 머리가 멍해지고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다.
...
어제 밤 집에 가서 어머니와 맥주를 마시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는데.
어머니는 어느 보청기회사가 왕십리에 빌딩을 세웠고, 그 자수성가한 사장이 그 빌딩의 한 층을 가정상담센터로
사회공헌을 하고 싶다고 하여 그 사업을 이끄시는 중이다.
몇시간동안 나는 어머니와 그 일을 진행하시면서 겪으신 이런저런 것을 나누었다.
이런 일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직을 운영하는 판단기준의 가장 우선순위를 이렇게 무형적이고 불안한 것으로 두는 것이 나에겐 익숙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하루였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어디선가 읽은 글이지만, '편부모' 라는 표현 대신, '한부모' 가정이라는 표현으로
2009/01/18 02:55대체하고 있다고 하네요. 의미의 차이만큼 시선의 차이도 바뀌거나 줄어들었으면..
-
"..그러나 편부모가정의 “偏(편)”이 절반, 한쪽이란 의미를 갖고 있어 마치 한부모가정이
깨어진 가정처럼 인식됨에 따라 한부모가정이란 용어로 대체되었다. 한부모가정의 “한”은
“하나”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크다, 온전한, 가득한”이란 큰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는 한부모가정이 건강 하고 온전한 아름다운 가정임을 의미한다 하겠다."
오! 조언 고마워.
2009/01/19 22:39이런 말 조심해야겠지.
예전엔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하자고 한참 그랬다가
장애인 단체에서 그런말 쓰면서 유난떨지 말라고 해서 다시 장애인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