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Youngjae Kim)

한글이 좋아

생각의 기록 l 2008/12/07 13:28


나는 한글이 정말 좋은 문자라고 생각한다.

한국어라는 언어한글이라는 문자는 다른 개념이지만, 한국어를 소중하게 아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학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데, 언어를 알면 그 나라의 문화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언어학적으로 유명한 논리인데, 그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culture)가 반영된다는 것.

각 나라의 언어를 접하면, 그 나라에 특화된 표현이 나를 즐겁게 하곤 한다.
그러기에 나는 그 나라의 에티켓을 알려고 에티켓북을 사서 보느니 그 나라 언어의 초급교제를 사서 보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에티켓은 그 기초회화에 맞게 자연스럽게 나오곤 하니까 말이다.

...

우리나라 문화는 하이파이브가 아냐.


우연히 고속도로 화장실에서 본 문구다.

"고객미소를 위한 ex의 약속 HIGH5! 하겠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겠다. 가뜩이나 도로공사 이름이 ex로 바뀐거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영어남발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나의 경우 두 사람이 손을 마주치는걸 "하이파이브"라고 부르는지는
대학교 3학년이 되서야 어느 유학파와 놀면서 알았다. 나는 나름 멀쩡한 서울촌놈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 스티커만으로는 왜 도로공사가 난데없이 하이파이브를 하겠다는지 전혀 모르겠다.
도로공사 임직원농구대회에서 3점슛이라도 성공했으려나...

문화 이야기로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하이파이브가 익숙하지 않다.
그것은 동료끼리 하는 행위지 외국처럼 뭐 할때마다 하거나 힘내라는 의미로 쓰이진 않는다.
동료라도 외국처럼 사장-직원이 파트너나 동료개념으로 일하는 경우가 아니므로 거의거의 없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근 1달 동안 남들과 하이파이브를 쳐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난 없다.

그만큼 "하이파이브"라는 것 자체는 우리나라 문화도 아니고, 써봤자 뭔소린지 이해도 못한다.
(스티커값이 아깝다. 불쌍한 내 세금. 눈이 멀더니 스티커 만드는데로 갔나보다.)

...

여기부터는 잠깐 빠져서 디자인 이야기.
스티커에 ex라는 도로공사의 새 로고 때문에 이 이야기도 해야겠다.

내가 디자인은 잘 모르겠다만, 요즘 대기업을 중심으로 로고바꾸기가 유행처럼 되가는데,
CI 변경에는 그 기업의 아이덴티티 뿐만 아니라 공공성이 클 수록 전통성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통성은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준다. 마침 좋은 글이 있어서 링크한다.

http://lnstory.tistory.com/entry/본문스크랩-It’s-Design‘CI파워’-순간에서-영원으로

그렇다. 하여간 우리나라는 뭐든 너무 "싹" 바뀐다.

개인적으론 기존 로고가 참 좋았다


이상한 이름, 이상한 색상, 이상한 영어문장까지...


자꾸 요즘 CI 유행이 귀엽고 동글동글하고 난잡한 이미지로 되는데, 오래갈 디자인은 아닌거 같다.
왜 안전이 가장 중요한 도로공사에 빨간색인지는 모르겠다.
(도대체 도로공사에 exciting 이라니...고속도로가 무슨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라도 되는건가?)

나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것은 KT 이다. 한국통신 로고 정말 마음에 들었었는데 말이다.
이젠 멘홀뚜껑에서나 가끔 찾아볼 수 있다.

분명한 아이덴티티. 멋지지 않나?

실제로 한글협회에서는 매년마다 가장 한글을 사랑하지 않은 기업(이름 모르겠다?)을 수상하는 일을 했는데,
KT로 바뀔 당시에 KT가 수상했다.

근래들어 최강(?)의 CI변화라고 생각한 디자인은...
웅진이다.

지구에서 가장 조잡하다고 생각한 CI...공부마저 강요한다

이젠 CI 보면서 공부도 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구나.

뭐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만들었으니 토달지 말아야 겠다.

...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정확히 말하면 '한글' 그 자체를 정말 좋아한다.

한글 좀 아껴썼으면 좋겠다.
볼 수록 과학적 원리부터 디자인적인 조형미까지 이런 언어가 세상에 또 없다.
이 문자는 정말 놀랍다.

한글 특유의 사각반듯한 타이포 때문에 웹디자이너들은 한글 페이지가 가로본능인 영어보다 디자인하기 힘들다고 툴툴대지만,
문자 그 자체의 디자인 요소로 본다면 영문자든 러시아문자든 일본글자든 그 조형미를 따라갈 수 없다.

우리나라는 문화제도 안아끼고, 자원도 없고, 우수인력이랍시고는 나올 것도 없는 땅덩어리 안에서 휘적대는 일만 하는데,
한글이라도 좀 아끼면 안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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