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마시기

생각의 기록 l 2008/10/01 12:36

대학교 때...

"술은 마시나?"
"좋아하는데 즐기진 않습니다."

라고 대답했었다. 썩 멋진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주량이 약하신 편이면서도 거의 매일 술을 억수로 드셨었는데,
그 때문인지 나는 술마실 때 많이 조심하고 긴장한다.

그 긴장감 때문인지 술마시는 날이면 어김없이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난다.
보통 새벽 4~5시에는 일어나서 설렁탕 집에 가서 해장을 하고 산책을 한 후 하루를 준비하곤 한다.

사실 나는 주량이 쌘 편인지라 '오늘 마셔볼까' 싶을 땐 
사람들로 하여금 '그 날 김영재 너는 엄청났어'라고 회상하게 만들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나는 술이란게 그렇게 맛이 없더랬다...

그리하여 요즘은 술이 맛이 없어서, 그저 음식으로서 맛이 없어서,
조금 마시다 나중엔 들었다놨다만 한다.

입만대고 들었다놨다만 수십회...맥주잔아, 너 안어지럽니?


생각해보니 좀 이상한거라...
회식있다치면 보통 6시부터 저녁식사하면서 먹어서 10시 넘고 자정까지 먹곤 하는데.
어떻게 한 음식을 6시간이나 먹을 수 있는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가 되려면... 회식자리도 잘 만들고 술도 적절할 때 마시는 기회를 만들어서 화합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술자리에서 평소에 못할 말 -이런걸 '솔직한 대화'라고들 하더군- 도 나온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내 경험상 별로 그런 거 같지는 않다.

사실, 그런 술자리에서 말의 진정성도 의심스럽고 -그럴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게, 정신놓고 취했다는거니까-,
그럴 때만 나올 정도의 말이라면 신뢰도, 정직함도, 솔직함과 바꾸기엔 너무 중요한 가치라 생각한다.
어떤 이유든간에, 술김에 말했든, 용기가 생겨서 말했든, 뭐든간에,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하는거 아닐까.

술은 기분 좋을 정도로만 마시면 되지 않을까.
맑은 정신의 다음날을 위하여, 그리고 미래를 향해 걸어갈 보다 가벼운 발걸음을 위하여-.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한 정말 중요한 가치는,
무슨 자리(술자리, 골프장 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의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세, 환투기, 그리고 가치투자  (0) 2008/10/12
술마시기  (0) 2008/10/01
오늘 아침의 대화  (0) 2008/09/13
21세기 닭장  (0) 2008/09/11
TAG ,

1  ...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  ... 557 
BLOG main image
-
전형적인 개인 홈페이지
by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57)
생각의 기록 (198)
통기레쓰(こばみご) (143)
15분 스케치 (15分スケッチ) (37)
연구이야기(研究はなし) (2)
오픈램프 (1)
영화(映画) (51)
주관과 고집(主観と意地) (23)
사진(写真) (37)
NiCT Internship (21)
Log (33)
- (0)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